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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 쉬면 폐 기능 강화된다… 한숨의 의외의 놀라운 효과

스위스 취리히 연방대 등 국제 공동 연구팀, '인공 폐' 계면활성제 체외 실험
반복적인 한숨... 폐 계면활성제 층의 '표면 스트레스' 낮춰
폐가 적은 힘으로도 쉽게 '팽창·수축'할 수 있도록 도와
무심코 내쉬는 '한숨(깊은 숨)'이 사실은 폐의 기능을 유지하는 생리 작용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위스 취리히 연방 공과대학교(eth zürich)등 국제 공동 연구팀은 인공 폐 계면활성제를 이용한 체외(in vitro) 실험을 통해, 한숨이 폐포(허파꽈리) 표면의 스트레스를 낮추고 폐의 유연성(compliance, 폐가 쉽게 늘어나는 정도)을 높이는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실제 폐 환경을 모사하기 위해 소의 폐에서 추출한 인공 폐 계면활성제(infasurf)를 사용했다. 정밀 장비를 이용해 정상적인 호흡에 해당하는 5~10%의 면적 변형과 한숨(sigh)에 해당하는 30~40%의 큰 면적 변형을 가하며 표면의 물리적 변화를 측정했다. 또한, 라만 분광법과 중성자 반사법 등 첨단 분석 기술을 통해 계면의 미세 구조 변화를 실시간으로 관찰했다.
연구 결과, 일반 호흡만 할 때와 달리 주기적으로 한숨(일반 호흡보다 3~4배 큰 호흡)을 쉴 때, 폐 표면의 뻣뻣함(표면 스트레스)이 5~10 mn/m가량 눈에 띄게 낮아졌다. 이는 폐가 적은 힘으로도 쉽게 늘어나고(팽창) 줄어들(수축) 수 있는, 즉 '폐의 유연성'이 높아진 상태를 의미한다. 하지만 한숨을 멈추자, 약 45분 뒤 폐의 유연성은 다시 원래의 뻣뻣한 상태로 돌아갔다. 따라서 폐가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선 주기적인 한숨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연구팀은 이러한 원인을 '구조 재배열'에서 찾았다. 폐 계면활성제는 여러 지방 성분으로 이뤄져 있는데, 한숨과 같은 강한 압축이 가해지면, 폐 계면활성제를 구성하는 지질 성분들이 재배치된다. 구체적으로 '포화 지질'이라는 핵심 성분들이 폐 표면 가장 바깥쪽으로 이동해, 촘촘하고 기계적으로 견고한 보호막을 새롭게 형성한다. 동시에 상대적으로 덜 필요한 '불포화 지질' 등은 그 아래층으로 이동해, 전체적인 구조를 더욱 두텁고 안정적으로 받쳐주게 된다.
즉 한숨은 단순히 계면활성제를 보충하는 것이 아니라, 계면의 미세 구조를 주기적으로 '재설정(reset)'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폐 표면의 스트레스는 낮아지고 유연성(compliance)은 높아져, 폐가 적은 힘으로도 쉽게 팽창하고 수축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연구의 제1저자인 마리아 c. 노바에스-실바(maria c. novaes-silva) 박사는 "이번 연구는 폐 기능에 대한 이해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고 평가하며 "향후 급성호흡곤란증후군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how sighing regulates pulmonary surfactant structure and its role in breathing mechanics, 한숨이 폐 계면활성제 구조와 호흡 역학에서의 역할을 조절하는 방법)는 25년 9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