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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 찬바람에 기능성 소화불량? 내 몸에 맞는 증상별 소화제 선택법

에어컨 없이는 버티기 힘든 여름, 하루 종일 냉방이 켜진 실내에 있으면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잘 안된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찬 공기, 실내외 온도 차, 식사 습관 변화가 겹치면 위장 기능이 민감해지기 쉽다.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이런 불편이 반복된다면 '기능성 소화불량'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가정의학과 전문의 이상욱 원장(인천 참사랑병원)은 "기능성 소화불량은 위염이나 위궤양 같은 질병이 없는 상태에서 소화불량 증상이 만성적으로 나타나는 경우를 말한다"며, "내시경이나 검사상 이상이 없는데도 식후 포만감, 명치 통증, 트림, 메스꺼움 같은 증상이 지속되면 기능성 소화불량으로 진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철 소화불량, 더위 때문만은 아니다?
여름에는 흔히 더위 탓에 소화가 잘 안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소화불량 진료 환자는 12월과 1월에 가장 많다.
그럼에도 여름철 소화불량이 흔한 이유에 대해 이상욱 원장은 "과도한 냉방으로 체온이 떨어지고 찬 음식과 음료를 많이 섭취하면서 위장 점막이 자극을 받기 때문"이라며, "여기에 불규칙한 식사, 스트레스, 높은 기온으로 인한 불면과 자율신경계 변화가 겹치면 위장 운동이 방해받아 기능성 소화불량이 악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화제, 성분별로 어떤 작용을 할까?
소화제는 가정에서도 흔히 구비하고 있지만, 종류만큼 성분도 다양해 각각의 작용을 이해하기 쉽지 않다.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알약 형태의 소화제는 주로 '소화효소제'로, 우리 몸이 정상적으로 분비하는 효소를 보충해 단백질·지방·탄수화물·섬유소 분해를 돕는다.
이상욱 원장은 대표적인 소화효소의 역할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디아스타제: 탄수화물 분해제로 밥, 빵 등 탄수화물 위주의 음식 소화를 돕는다.
• 프로테아제: 단백질 분해 효소로 고기, 콩 등의 소화를 돕는다.
• 셀룰라제: 과일, 채소, 곡물 등의 섬유소 분해를 돕는다.
• 리파아제: 지방 분해를 돕는 성분으로, 지방을 지방산과 글리세린으로 분해해 기름진 음식 소화에 효과적이다.
• 판크레아틴: 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들을 조합한 종합 소화효소로, 아밀라아제(탄수화물), 프로테아제(단백질), 리파아제(지방) 효소를 모두 포함하고 있어 광범위한 소화 작용을 도와준다. 판프로신, 판셀라제도 이와 같이 여러 효소를 조합한 복합효소제이다.
소화효소 외에도 지방 분해를 돕는 담즙산 성분 udca, 장내 가스를 줄여주는 시메티콘 등이 일부 소화제에 포함되기도 한다.
먹은 음식에 따라 소화제도 달라야... 전문의의 추천 소화제는?
일반적인 식사 후 소화가 더딜 때는 앞서 소개한 소화효소 성분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기름진 음식이나 육류처럼 소화가 더딘 음식을 먹고 속이 불편할 때는 지방·단백질 분해 효소가 강화된 소화제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상욱 원장은 "일상적인 식사 후 더부룩한 증상에는 판크레아틴 성분이 포함된 소화제가 가장 효과적일 수 있고, 야채나 섬유질로 인한 소화불량에는 셀룰라제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기름진 음식을 먹고 소화불량이 생겼을 때는 리파아제 함량이 높은 소화제를 복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단백질 분해 효소인 브로멜라인은 파인애플에서 추출되는 천연 효소로 단백질 분해 외에 염증 완화, 부종 감소 등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고기나 튀김 등 지방과 단백질이 많은 음식을 섭취한 후에는 리파아제, 브로멜라인과 같이 지방, 단백질 소화 효소가 강화된 소화제가 효과적이다. 더불어 소화는 위뿐만 아니라 장에서도 이루어지므로 위와 장에서 단계적으로 용해되어 각각의 기관에서 작용하는 '다층정' 형태의 소화제를 선택하는 것도 소화 효과를 높이는 방법이다.
이 원장은 "어떤 음식을 섭취한 뒤 생긴 증상인지에 따라 소화제를 선택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하며, 소화제는 어디까지나 보조제이므로 증상이 반복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 다른 질환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상에 맞는 소화제 선택 방법과 복용 시 주의사항
소화불량은 원인과 증상이 다양해, 증상에 맞는 소화제 선택이 중요하다. 이상욱 원장은 위가 쓰리거나 통증이 있을 때는 위산을 중화하는 제산제를, 속이 더부룩하고 가스가 찰 때는 음식물 분해와 가스 제거 효과가 있는 소화효소제를 추천했다. 반면 구역감이나 구토 증상이 심할 때는 위장 운동 조절제가 필요한데, 이러한 약들은 대부분 전문의약품으로 병원에서 처방이 필요하기 때문에 반드시 의사의 진료와 처방을 거쳐 복용할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많은 사람들이 소화제 복용을 가볍게 생각하지만 소화제 역시 의약품으로 주의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소화제를 습관적 또는 과도하게 복용하면 오히려 위장의 자연 소화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 정해진 용법∙용량을 지키고, 알약이나 캡슐은 충분한 물과 함께 복용해야 식도 자극을 막고 위와 장에서 원활하게 분해될 수 있다.
특히 고령자는 신장과 간 기능 저하로 약물 대사가 느려질 수 있어 전문의와 상담이 필요하고, 만성 신장질환자, 고혈압, 심장질환자, 임산부, 수유부도 약물 상호작용과 태아 영향 등을 고려해 반드시 의사와 상담 후 복용해야 한다.
여름철 기능성 소화불량, 예방법은?
기능성 소화불량 예방을 위해서는 찬 음식과 음료를 줄이고, 미지근하거나 따뜻한 물을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이상욱 원장은 "더위에 입맛이 없다고 식사를 거르는 대신, 위장 리듬 유지를 위해 적은 양을 규칙적으로 여러 번 나눠 먹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차가운 바람은 피부를 시원하게 하지만 위장 운동을 둔화시킬 수 있어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피부에 직접 닿지 않도록 하고, 잘 때는 배를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규칙적인 운동 역시 필수다. 가벼운 산책이나 스트레칭은 장운동을 원활하게 해 소화를 돕고, 식사 후에도 바로 앉거나 눕기보다 15~20분 가볍게 걷는 습관이 소화를 돕는다.
이 원장은 "기능성 소화불량은 규칙적인 식사 습관과 나에게 맞는 음식 선택을 통해 개선할 수 있다"며 "자신의 생활습관을 점검하고, 식사 및 생활습관 교정으로 건강한 여름을 보내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