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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간과 당뇨병, 같이 오기 쉬워…"뚜벅이 생활하고, 체중 10% 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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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현대인이 건강검진 결과표의 '지방간' 판정을 가벼운 경고 정도로 치부하지만, 실제로는 간을 넘어 대사 이상이 시작됐다는 신호일 수 있다. 특히 지방간과 동반되기 쉬운 당뇨병은 '내장지방'이라는 뿌리에서 시작된 '인슐린 저항성'의 기전을 공유하기 때문에, 두 질환은 단순한 개별 질환이 아닌 통합적인 대사 장애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내분비내과 박용우 교수(인제대 상계백병원)는 "지방간과 당뇨병이 함께 나타나면 간 섬유화(liver fibrosis)가 증대되어 간경변 및 간암의 발병이 증가된다"라며 "생활 습관 개선 및 체중 감량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라고 조언했다. 두 질환의 상관관계를 짚어보고, 관리를 위한 구체적인 해법은 무엇인지 박 교수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내장지방이 유발한 '인슐린 저항성', 악순환의 고리
지방간은 간세포 내에 중성지방이 과도하게 쌓이는 질환으로, 대한지방간연구회가 발표한 '지방간과 당뇨병 통계 2022'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지방간 유병률은 39.3%로 집계됐다. 특히 지방간은 당 대사 능력이 저하될수록 그 발생 위험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통계를 보면 혈당 조절 능력에 따라 세분화하면 정상군의 지방간 유병률은 29.7%인 반면, 당뇨병 전단계에서는 51.2%로 크게 뛰었고, 제2형 당뇨병 환자군에서는 61.7%에 달했다. 특히 20~39세의 젊은 당뇨 환자는 10명 중 8명이 이미 지방간을 동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인슐린 저항성과 깊은 연관이 있다. 박용우 교수는 "지방간은 흔히 당뇨병과 동반되어 나타나는데, 이는 모두 인슐린 저항성 증가에 기인한 대사증후군의 일환"이라며 "지방간이 인슐린 저항성을 심화시키고, 역으로 인슐린 저항성이 다시 지방간을 악화시키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문제의 시발점은 '내장지방'이다. 내장지방에서 과도하게 흘러나온 지방 입자인 '유리지방산'이 간으로 유입돼 축적되면 인슐린 신호 체계를 교란해 '간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한다. 정상적인 간은 인슐린 신호에 따라 포도당 생성을 억제하지만, 저항성이 생긴 간은 통제력을 잃고 필요 이상의 포도당을 혈액으로 쏟아낸다.

이에 췌장은 치솟은 혈당을 낮추기 위해 인슐린을 과다 분비(고인슐린혈증)하게 된다. 문제는 혈중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면 간은 이를 '지방을 저장하라'는 신호로 받아들여 중성지방 합성을 더욱 촉진한다는 점이다. 결국 지방 축적이 고혈당을 부르고, 고인슐린혈증이 다시 지방 축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끝에 췌장 기능이 한계에 다다르면 제2형 당뇨병으로 진행된다.

최근 육류 및 고지방식 위주로 급변한 식습관도 이러한 병태생리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박 교수는 "국민건강영양조사 등을 살펴보면 탄수화물 섭취 감소 대비 지질 섭취 증가가 관찰된다"라며 "과도한 지질 섭취와 이에 따른 지질 산화(lipid oxidation) 증가가 인슐린 저항성을 높여 당뇨병 발병을 촉진하는 기전으로 작용할 수 있다"라고 부연했다.

방치하면 간암·심혈관 질환까지… 'alt'는 미래 당뇨 예고 지표
더 큰 문제는 지방간과 당뇨병이 공존할 경우 합병증 발생 위험이 가중되며, 서로의 진행을 촉진하는 상호 악화 관계를 형성한다는 점이다. 박용우 교수는 "지방간과 당뇨병이 함께 나타나면 간 섬유화가 증대되어 간경변 및 간암 발병 위험이 가속화될 뿐만 아니라, 심혈관 위험 인자를 공유하는 탓에 타 장기의 암이나 심혈관계 질환 발생 확률까지 동반 상승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반대로 간 기능의 저하 역시 당 대사 이상을 유발한다. 실제 간경변 진단 후 5년 이내 환자의 15~20%에서 새롭게 당뇨병이 발병한다는 보고가 있을 정도로, 간 기능 악화는 전신 인슐린 저항성을 심화시키는 주원인이다.

이러한 위험을 조기에 포착하기 위해서는 혈액 검사 수치인 alt(알라닌 아미노전이효소)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alt 상승은 단순한 간세포 손상을 넘어 향후 당뇨병 발병을 예측하는 독립적인 지표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박 교수는 "독성 간염이나 바이러스성 간염 등 다른 뚜렷한 원인 없이 alt 수치가 높다면 지방간을 의심해볼 수 있으며, 이는 추후 당뇨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라고 설명했다. 미국당뇨병학회(ada) 가이드라인 역시 당뇨병 환자에서 alt 증가나 지방간이 확인될 경우 간 섬유화 진행 여부를 평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다만 alt 수치가 정상 범위 내에 있더라도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다. 비만도가 높거나 혈중 중성지방 농도가 높은 경우, 간 대사 기능 이상이 이미 진행 중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체질량지수(bmi), 허리둘레, 중성지방 등을 종합한 지방간 지수(fatty liver index, fli)나 복부 초음파 등을 통해 간 섬유화 진행 여부를 다각도로 평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치료의 핵심은 '체중 감량'… glp-1 등 신약 주목
지방간과 당뇨병 치료는 단순 혈당 조절을 넘어 '체중 감량'을 도모하는 것이 우선이다. 두 질환의 뿌리인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려면 체중 감소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체중의 5~7%만 줄여도 간 내 지방 함량과 효소 수치가 정상화되는 경향을 보이며, 10% 이상 감량 시에는 어느 정도 진행된 간 섬유화의 개선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의료계에서는 강력한 체중 감소 효과를 동반한 신약들에 주목하고 있다. 박용우 교수는 "최근 위고비 같은 glp-1 수용체 작용제, 마운자로와 같은 glp-1·gip 이중 작용제, sglt-2 억제제 등이 각광받는 이유도 강력한 체중 감량 효과 때문"이라며 "이는 당뇨병과 지방간을 동시에 공략할 수 있는 효과적인 무기"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 티아졸리딘디온(액토스 등) 계열은 직접적인 체중 감소를 유발하지는 않지만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대안으로, 설포닐우레아나 dpp-4 억제제 등이 혈당 조절의 보조적 수단으로 거론된다. 

근본적 생활 교정 필수…"걷기 즐기는 '뚜벅이' 되세요"
체중 감량을 돕는 약물 요법이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성공적인 치료의 근간은 결국 전면적인 생활 습관 교정이다. 박용우 교수는 "어떤 영양소를 섭취하느냐가 인슐린 저항성에 직결되는 만큼 저지방식 유지, 트랜스 지방 제한, 식이섬유 섭취 증가 등 개별화된 식단 처방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환자 개인의 총칼로리를 설정하고, 운동 요법과 스트레스 관리를 결합한 맞춤형 처방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상의 관리는 환자의 지속적인 행동 개선이 필수적인 만큼, 영양사·간호사·심리치료사 등 여러 전문가가 참여하는 다학제적 접근(team approach)을 통해 체계적인 지원을 받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컨대 주치의의 의학적 진단을 바탕으로 영양사는 현실적인 맞춤형 식단을 설계하고, 심리치료사는 체중 감량 과정이나 장기 투병에서 오는 우울감 및 스트레스를 관리하며, 전문 간호사는 일상 속 생활 습관 모니터링을 전담하는 식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일상 속 실현 가능한 작은 실천이다. 완벽하고 거창한 계획에 얽매이기보다는 지속 가능성에 무게를 두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교수는 "일반적으로는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면서 가급적 자주 움직이거나 서 있는 등 신체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며 "평소 걷기를 즐기는 이른바 '뚜벅이'가 되는 것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